박코치님 안녕하세요. 임보연 트레이너 입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성공담이라고 할만한 인상적인 성과는 아직 없는 것 같아서요... 코치님께 메일을 보내보려고 했는데 pa**oach@parkcoach.com 이 메일주소 중간에 들어간 별 두 개가 너무 신비스러워서 메일을 보내는 것 보다 게시판에 올리면 읽으실 것 같아서 용기 내어 여기 편지 남깁니다.
2009년 8월에 코치님을 처음으로 10시 주중훈련에서 뵈었던 날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코치님의 저서들이나 훈련 후기를 보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이익훈 어학원에서 다른 청취 수업을 듣다가 그 선생님께서 성대결절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수업을 찾고 있었는데, 수강 신청 시작하자마자 마감 임박이 뜨는 코치님의 수업들을 보고는 호기심에(?) 수강 신청을 했고, 훈련의 세계가 도래했습니다(...) 시스템을 몰라서 개강 첫 날에 줄 안 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더니 코치님이 마이크에 대고 저에게 "줄을 서야지! 기다린 사람은 뭐야 싸가지 없이 " 라고 말씀하셔서 살짝 충격을 받았지만(이 내용 이 게시판에 적합한가요?) 이상한 마력에 끌려 책상에 앉았고, 기합소리에 한 번 더 놀라고는 또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스터디를 신청했고 트레이너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저도 흔히 말하는 토익 고득점자였고, 수능에서도 영어만큼은 고득점이었기 때문에 자신만만했지만, 딕테이션과 시트콤에 나오는 일상 회화를 정말 못알아 듣는 것을 알게 되어 당황했고, 덩어리 현상, 액센트, 기합 등을 훈련하면서 나아지는 자신을 보며 더욱 놀랐습니다. 진로 걱정하며 4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던 저에게 확신을 가지고 영어에 몰입할 수 있게 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2010년 6월부터 트레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외국인 환자는 전부 제가 맡게 되면서 차별화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었는데, 6시 20분 훈련과 토요일 스터디를 하면서 더 나은 삶을 찾겠다고 칼도 갈았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첫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1년간은 박코치 어학원에서 거주하며 스터디를 문어발처럼 개설하고는 열심히 정수기 물을 거덜 냈습니다(...)
지금 저는 필리핀에 온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NGO에서 일하게 되어 deputy director로 1년간 파견근무 왔고, 정부로부터 소외된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개발원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한국인 직원은 저와 봉사단원 두 명만 있는데,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기쁩니다. 코치님께 진심으로 백 번 감사 드립니다. ㅠㅠ 저를 끌어주고 자극하신 트레이너 트레이님들도요
처음에는 적응기간동안 업무용어를 익혀야 했습니다. 코치님이 말씀하신 대로 단어도 중요하지만 상황을 응용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공증하다 ' 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문서를 변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것 ' 이라는 설명을 했더니 'ah, notarize? ' 라는 반응이 와서 notarize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업무용어와 표현은 익혔는데, 일만 하고 훈련은 안했더니 다른 상황에서 쓰는 영어에는 발전이 덜한 것 같습니다. 업무 외의 상황에도 제 자신을 exposure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에 있던 모국어가 아니라면 훈련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있으면 많은 어학연수생들을 봅니다................주변에 필리핀 어학연수 간다는 사람 있으면 꼭 말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필리핀까지 와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고 밤에는 나쁜 짓을 하는 남학생들 두 눈으로 봤습니다ㅜㅜ 부끄럽더군요... 어학원에서는 한식만 나오고 학원장부터 학생들까지 전부 한국 사람들이고, 한국말로 의사소통하고 수업시간에는 문법 강의를 합니다. 주말에 어학원 근처 스타벅스에 가면 문법책에서 'be 동사 '를 펴놓고 한국말로 열심히 대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하면 필리핀이든 어디에서든 실력이 늘겠지만 굳이 한국을 떠나야 영어가 나오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은 교육을 많이 받았든 적게 받았든 모두 영어를 합니다. 국어시간에 영어가 아닌 따갈로그를 배우는 사람들이지만, 영어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브로큰 잉글리쉬라도 자신있게 영어로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이 안하고 느긋하고 한국사람만큼 기민하지도 못한데,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는 것을 보면 익숙함의 문제가 참 큰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두려움도 버려야 영어실력도 늘 것 같고요.
아바의 <Our last summer> 가 생각납니다. 작년 여름 저는 between the job 이었고 액팅 컨테스트에 목숨걸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훈련소에서 영어에만 집중하고 스터디 준비하면서 고민하던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엑팅컨테스트나 스터디나 인간 관계에서 실수도 많이해서 아직도 생각나면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차지만요...^^; 6시 50분 부터 스터디를 할거라고는 3년전의 저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100퍼센트 영어로 업무를 하며 사업을 총괄하는 제모습 또한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얼른 훈련소로 가고 싶습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함을 매일매일 느낍니다.
남코치님, 권코치님, 정세연코치님 너무 보고싶어요!!! 자판기 커피는 여전히 맛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훈련소 안에서 도시락 먹어도 괜찮은 가요???
(같이 훈련하던 트레이너, 트레이니 분들 이 글 보시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카카오톡 아이디 bnlovbn 입니당.)
얼른 돌아가고 싶고 그립습니다. 훈련소 안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